남자친구 빚 갚아주기, 돈도 잃고 사랑도 잃고

남자친구 빚 대신 갚아주면 안되는 이유 - 법적 위험부터 관계 파탄까지

남자친구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는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법적·재정적·관계적 위험에 대한 전문가 분석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기사회생TV 김민수 변호사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꿈꿉니다.

10년 가까이 개인파산관재인을 하면서 수천 건의 회생 사건을 진행하다 보니, 한 가지 안타까운 패턴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남자친구 빚을 대신 갚아주다가 본인까지 파산 위기에 몰리는 경우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못 돌려받아서 자기도 빚을 지게 됐다며 회생파산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오늘은 남자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혹은 그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재정적 위험과 현명한 대처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 남자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먼저 파악해야 할 것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작정 돈부터 빌려주면 안 됩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으려고 하고, 그게 안 되면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나 현금서비스, 카드론을 통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는 것은 이미 제도권 대출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3. 법적 함정: '빌려준 돈'이 '준 돈'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로 추정되는 위험성

남자친구 빚을 갚아준 후 관계가 파탄 났을 때, 그 돈을 돌려받고자 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법적 난관은 해당 금전 거래를 '대여'가 아닌 '증여'로 해석될 가능성입니다.

연인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발생한 금전 거래는 법적 분쟁 시 일반적인 대여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해당 거래를 '애정의 표현으로서의 증여'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증 책임은 돈을 준 당신에게 있습니다

민사 소송의 대원칙상,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하는 사람이 그것을 입증할 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입증의 역설'이 발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차용증 작성이나 "언제까지 갚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요구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어려워합니다. 관계가 좋았고 신뢰가 깊었기 때문에 법적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증거의 부재'가 관계 파탄 시 법정에서는 '증여'로 추정되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본 사례 중에도 차용증 없이 8년이 지난 송금 내역만으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단순한 송금만으로는 소비대차로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

남자친구 빚을 갚아주기 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증거를 확보하셔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증거:

• 차용증 또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서 (자필 서명 또는 날인 포함)
• 빌려준 돈의 액수, 변제 기일, 이자율, 변제 방법 명시

최소한 확보해야 할 증거:

•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빌려줘서 고맙다", "언제까지 꼭 갚을게" 등 명확한 변제 약속
• 통화 녹취: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 변제 약속 내용
• 계좌 이체 시 명목 기재: '대여금', '빌려준 돈' 등으로 목적 명시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

쉽게 말해, 타인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행위는 세법상 '현금 증여'로 간주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에 따라, 당신이 남자친구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경우, 그 변제한 채무액만큼 남자친구에게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치명적인 함정이 발생합니다. 현행 세법은 가족 간의 증여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제 한도를 부여하지만, 법적으로 '남자친구'는 완전한 '타인'입니다. 연인 간의 증여에는 증여세 공제 한도가 사실상 0원입니다.

명의대여의 위험성 -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내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는 순간, 그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남자친구가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시점은, 이미 그 사람 본인의 신용으로는 제1, 2금융권은 물론 카드론 등 제도권 대출이 모두 막힌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채무 전염의 위험성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발견한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재정적 무책임과 부채는 마치 '전염병'처럼 파트너에게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구조자'가 연인의 재정 문제에 개입하는 순간, 연인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자 본인 스스로의 재정적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합니다. 남자친구 빚을 갚아주는 행위는 남자친구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재정적 문제가 당신에게로 '전염'되는 매개체가 되는 겁니다.

4. 관계의 붕괴: 돈 문제가 사랑을 파괴하는 이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만약 남자친구의 채무가 도박, 사치, 낭비와 같은 잘못된 소비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밑 빠진 독'의 구멍을 그대로 둔 채 '물'만 붓는 행위와 같습니다.

빚을 갚아주어 일시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근본 원인인 소비 습관이나 채무 발생 경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빚은 반드시 다시 발생합니다.

도덕적 해이의 유발

빚을 갚아주는 행위는 채무자가 본인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이는 성실하게 빚을 갚으려는 의지나 재정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재정적 지원은 상대방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의존성'을 강화시킵니다.

신뢰의 붕괴

덮어놓고 돈부터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면 관계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인간적인 실망을 하게 되고, 신뢰도 깨지면서 장래를 약속했던 관계마저도 무너지게 됩니다. 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고, 미래에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최악의 경우가 되는 거죠. 애초에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되는 겁니다.

5. 현명한 대처 방법: 전문가의 조언

그렇다면 정말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단계: 냉정한 상황 파악

감정적 위로에 앞서, 빚의 정확한 원인, 총액, 현재의 상환 능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연인한테까지 급하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이미 빚에 쫓겨서 냉정하게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2단계: 공적 구제 제도 연계

본인의 돈이나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국가가 마련한 공식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도록 조력해야 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워크아웃):

• 채무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안정적 소득이 있어 변제 계획 수립이 가능한 경우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 상담(개인회생/파산):

• 채무가 소득 대비 과다하여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3단계: 전문가의 개입

빚에 쫓기는 당사자는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족 또는 변호사)가 개입하여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차라리 남자친구의 현재 재산 상태나 소득 수준, 그리고 부채 정도를 파악한 후 신용회복위원회 미팅을 잡거나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를 만나서 어떻게 빚을 정리할지 상담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마무리: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내가 얼마를 빌려준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과감하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조언해 주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방법이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혼자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무리해서 돌려막기로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고 하다가는 도리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관계조차 깨질 수밖에 없어요.

진정으로 연인을 위한다면, '대신 갚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기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입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현명하게 대처해서, 무작정 돈을 빌려줬다가 관계가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